<안동국: 최근 작품> 서문, 1996년 3월 9일 – 3월 28일
제프리 웩슬러 (럿거스 대학 부설 짐멀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안동국의 최근 작품들은 기법과 형상의 지속적이고 논리적인 발전의 최신 지점에 있다. 구상(構想)에서 시작한 이러한 발전은 사실상 그의 경력을 통해 지속되어왔다. 그는 항상 구상(具象)과 추상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예술은 어느 정도 추상적이라는 동아시아적인 관념을 유지하며, 그의 작품 내 자연적인 형상과 추상화 과정의 균형을 다양하게 맞추어 왔다. 때로는 자연이 주가 되고 때로는 추상이 주가 되기도 하면서, 자연과 추상 사이의 상대적인 비례는 신선한 미적 균형을 위한 기초를 마련한다.
얼핏 보기에는 추상이 최근의 (그의) 작품들에서 지배적이다. 폭발적으로 분사되는 듯한 색채나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듯한 움직임 그리고 표면을 스치는 섬광 같은 것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대략 3년 전의 그의 화풍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것이며, 나뭇가지들은 양식적이긴 해도 꽤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곡선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납작한 나뭇가지들은 강한 동요와 억제된 힘의 느낌을 주며, 강하게 비틀어진 호(弧)와 나뭇가지들을 따라서 이루어진 금줄세공은 비틀어진 선에 의해 더욱 강조된다. 새로운 작품들에 나타난 격한 표현은 사실상 이 나뭇가지들의 파편을 상세히 묘사한 것이며, 그 안의 비틀림은 더 많은 공간적인 효과를 자유로이 이끌어낸다.
즉흥성은 이러한 반(半-)추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며 안료들은 그 구성 위를 가로지르며 마구 튀기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색채도 규제를 거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밝은 주황색과 노란색, 애시드 그린과 핫 핑크 그리고 밝은 자주색과 보라색은 관람객들의 눈을 울린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 대한 연구를 해보면 즉흥성은 그 작품 내에서 확실히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산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폭발적인 첫 번째 움직임은 대조적인 색과 함께 조심스럽게 강조되는데 이는 무게감과 반점, 선 그리고 움직임의 돌진에 전반적인 구성적 일관성을 만들면서 체계를 더해주기 위한 것이다. 일부 작품들은 실제로 더 작은 즉흥적인 습작들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자유롭고 통제된 기법의 결합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필수적인 존재가 이 모든 것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를 이룬다. 이는 <황혼II>, <아침바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일출>과 같은 작품명에서 드러나며, 원색의 사용을 통해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는 자연이 우리에게 꾸준히 건네주는 색채적으로 가장 호사스러운 표현에 열중하였는데, 새벽과 해질녘의 고조된 (빛의) 스펙트럼은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안동국의 최근의 작품은 어떻게 자연이 전통적인 영감의 귀중한 원천인 동시에 추상적이고 환희에 찬 현대적인 표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