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 예술가 반세기 역사 한자리에 모았다
뉴시스, 2013년 4월
‘채색된 시간 1955∼1989’ 뉴욕 갤러리코리아 개막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뉴욕의 한인 예술가들이 시공을 초월해 한 자리에 모였다.
10일 뉴욕문화원 갤러리코리아에서 개관 이래 가장 의미있는 전시회가 막을 올렸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과 알 재단(회장 이숙녀)이 공동주최한 ‘채색된 시간: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1부 1955∼1989’는 역대 뉴욕 한인 예술가의 작품들과 가치있는 미술사료들을 한 자리에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뉴욕 한인 예술가의 계보는 1955년 김포(김보현) 화백이 뉴욕에 오면서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1960년대에 김환기, 김병기, 백남준, 존 배, 한용진, 최일단, 안동국, 문미애, 민병옥 등이 차례로 건너왔다.
1970년대에는 임충섭, 김차섭, 황규백, 김웅, 최분자, 한규남 등이 합류했고 1980년대엔 변종곤, 김미경, 이승, 이수임, 김정향, 김명희, 김진홍, 박원준 등이 가세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앤 강익중, 최성호, 박이소, 정찬승, 조숙진 등이 이번 전시의 마지막 세대로 참여했다.
김포 화백과 김환기 백남준 등 1세대 작가군은 물론,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펼친 임충섭, 독특한 판화 작업으로 뉴욕현대미술관 콜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김차섭, 황규백, 한국적인 추상화로 명성을 떨친 김웅, 최분자 등등 작가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개별 작품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40여명의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작업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195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각각의 시대상이 반영된 작가들의 초기 작품들을 연대기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호평을 받았다.
작가들의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박이소의 친필 편지를 비롯, 작고한 행위예술가 정찬승의 기록 비디오, 이응로 선생의 친필로 수정된 최일단의 수묵 드로잉, 1958년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한국현대미술 전시도록 등의 희귀 자료들이 대거 공개되는 등 ‘재미 한인 작가 아카이브’라는 전시 타이틀이 더없이 어울린다.
알 재단의 이숙녀 회장은 “4년 전부터 이 행사를 기획했지만 오늘 전시회를 개막하기까지 실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뉴욕한국문화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5월1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엔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개인 소장자들이 내놓은 희귀작도 적지 않다. 이숙녀 회장의 소장 작품 중 백남준 작가의 드로잉 희귀작과 김환기 화백의 소품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은 1989년 전시된 것인데 꼭 하나를 구입하고 싶어서 특별히 부탁해서 당시 2500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며 소장 배경을 들려주었다.
이우성 뉴욕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전시회는 뉴욕 등 미주 미술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쇼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2차, 3차 아카이브 전시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를 비롯, 미 전역의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서 열리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엔 참여 작가들과 한인 예술가들은 물론, 주류 화단의 미술평론가, 갤러리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부인 남영희 여사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손세주 뉴욕총영사는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이 실로 대단하다. 뉴욕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면면과 작품을 살펴보면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껴진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회화와 오브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임충섭 작가의 작품 ‘타’를 비롯, 한국에 대한 외국 미디어의 기사와 역사 자료들을 한반도 모양으로 형상화한 최성호 작가의 ‘그들의 코리아’ 등 작품마다 갖고 있는 독창성에 갤러리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성호 작가의 작품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던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의 로버트 털리 회장은 “한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가치있는 자료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놀랍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뉴욕문화원의 조희성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맞춰 출간된 도록 ‘Coloring Time: Exhibition of the Archive of Korean-American Artists Part One, 1955∼1989’이 아마존 등 미국 유명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도록 출판사와 협의가 됐다”면서 “향후 미국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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